니코틴이 암 주범? “원흉은 따로 있다”

 

 

 

니코틴이 암 주범? “원흉은 따로 있다”

2015.06.22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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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률이 증가함에 따라 니코틴은 백해무익한 유해물질이자 흡연자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니코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니코틴의 중독성 및 일부 유해성을 근거로 니코틴이 흡연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으나, 최근 많은 학자들은 일상적 흡연으로 인한 발병 및 사망원인은 다른 유해물질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니코틴으로 인한 유해성이 흡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니코틴을 담배정책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랜드마크처럼 우뚝 솟은 메리엇 호텔, 이곳 연회장 곳곳에서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실내에 웬 연기일까 싶겠지만 실제로는 연기가 아닌 수증기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이다. 전자담배 연기가 도처에서 피어오르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은 니코틴의 유해성과 전자담배의 가치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니코틴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4~5일 양 이틀간 바르샤바에서는 ‘제2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2015 Global Forum of Nicotine)’이 열렸다. 이곳에는 세계보건기구(WHO) 흡연규제협약연합(FCTC) 설립자 데렉 야크 교수, 미국 듀크대학교 의료센터 제드 로즈 교수, 영국 스털링 대학교 린다 볼드 교수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뇌 과학자, 행동과학자, 정신의학자 등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담배 규제 정책에서 니코틴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 금연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WHO FCTC의 설립을 주도한 바 있는 데렉 야크 교수는 지난 5일 개회사를 통해 “사람들은 니코틴을 위해 흡연하지만 주로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로 인해 사망한다”며 “흡연으로 흡수되는 니코틴의 독성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담배로 인한 질병과 사망은 니코틴이 아닌 담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주요 원인인 만큼 전자담배와 같이 연소과정이 없는 담배는 폐암 발병 위험률 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야크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 2015년 5월까지 전자담배에 관해 언급한 기사가 1800%나 증가했다”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하다는 식의 보도다. 실질적인 위험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잘못된 메시지로 대중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자담배를 비롯한 무연담배가 담배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코틴과 전자담배, 스누스(무연담배)에 대한 연구를 해온 과학자들 역시 이날 포럼 발표를 통해 담배가 미치는 유해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전자담배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흡연 대안책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스위스 제네바의 한 뇌 과학 교수는 담배의 중독성은 니코틴뿐 아니라 습관에 의해서도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음식이나 운동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배 역시 담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과 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된다는 것이다.

중독성이 강한 만큼 현실적으로 끊기도 어렵다. 따라서 모든 니코틴 제품을 담배의 범주 안에 두고 제재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유해한 제품을 대안으로 두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평소에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니코틴 제품을 권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전자담배나 스누스 역시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다. 한 예로 씹는 담배인 스누스는 구강암 발병율이 일반담배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연가나 골초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무연담배로 흡연 방식을 바꾸는 것이 폐암 등 일반담배로 인한 질병 발병률을 낮춰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와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가 금연용 껌이나 패치처럼 금연보조제가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연구역에서의 전자담배 흡연을 막는 등 일반담배와 동일한 ‘담배규제정책’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WHO 역시 흡연과 연관이 있는 질병 확산에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럼의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를 연초담배와 같은 위치에 놓고 규제하려 들면 흡연자들의 금연 실천을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자담배나 스누스를 연초담배와 같은 범주에 두지 않고 규제를 완화할수록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병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새로운 니코틴 제품의 효율적 측면을 인정하면 공중보건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바르샤뱌(폴란드)]

 

(출처)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http://ww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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