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6.01 00:03
[인터뷰]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
담뱃세 인상으로 불이 붙은 금연 열풍으로 전자담배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자담배 용액 수입량은 66t. 2년 전보다 8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자담배의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다. 덩달아 안전성·중독성·유해성 등 전자담배와 관련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금연학회(World Conference on Tobacco or Health)에서도 전자담배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학회에 참석한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사진) 교수는 “니코틴 패치, 금연 껌 등 다양한 흡연 대체품 중에 전자담배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는 없었다”며 “최근 전자담배의 긍정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규제 수준과 활용 정도에 대한 내용으로 토론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게 전자담배와 관련해 논쟁이 되고 있는 안전성과 유용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자담배의 안전성은 대표적인 논쟁거리다. 주요 쟁점은 체내 니코틴 흡수다. 담배 속 니코틴은 뇌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물질로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반감기(약 50분)가 짧아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게 만든다. 문제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품질이 일정치 않고, 개인이 취급하기에 따라 과다 흡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전자담배가 니코틴 중독이라는 ‘지독한 습관’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흡연으로 몸이 망가지는 이유는 니코틴보다 흡연과 동시에 들이마시는 여러 화학물질 때문이다. 담배는 종이에 감싼 담뱃잎과 각종 첨가물이 타면서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 중 63종은 타르와 같은 발암물질이다. 연기가 그을음을 만들어내듯 담배 연기는 2, 3차 흡연으로 주변인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반면에 전자담배는 니코틴과 약간의 첨가물이 주성분이라 담배보다 안전하다. 정 교수는 “영국 보건국은 담배와 비교할 때 전자담배에 있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봤고, 학회에 참석한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도 전자담배 연기는 일반 담배보다 97% 이상 무해한 수준이라 보고했다”고 전했다.
최근 해외에서는 금연 수단으로 전자담배의 유용성이 조명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2013년 세계적 학술지 ‘란셋’에 실린 뉴질랜드 연구진의 논문이 그중 하나다. 흡연자 657명을 각각 전자담배, 니코틴 패치, 니코틴 제거 전자담배 사용군으로 나눠 6개월 뒤 흡연량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니코틴 패치 사용자 중 41%, 전자담배 사용자 중 57%가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임상·비교관찰 연구를 종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술연구단체 코크란(cochrance)은 지난해 말 전자담배 이용이 니코틴 패치만큼의 금연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영국은 환자 교육 자료로 전자담배를 니코틴 패치나 금연 껌과 동등한 ‘니코틴 대체요법’으로 다룬다.
정 교수는 “부탄처럼 담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지 않는 한 전자담배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담배의 독점권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암이나 만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를 위해서라도 전자담배에 대한 우리나라의 보수적 시각이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스웨덴에선 담배를 대체하는 무연 담배(Snus) 소비가 늘면서 폐암·구강암 등 흡연 관련 질환의 사망률이 OECD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전자담배에 대한 철저한 품질 및 유통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며, 전자담배도 담배인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유해성·안전성에 대한 보건당국의 과학적인 검증이 진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고품질의 전자담배가 만들어지면 ‘담배의 종말’도 앞당길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전망했다.
글=박정렬 기자,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출처: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23718&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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